Essay

어릴적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스코드 요리사 2018. 1. 13. 08:20

  새벽에 잠이 깼다. 그리고 다시 자려했지만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알쓸신잡 시즌2 마지막회를 보았다.

마지막에 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책' 이라는 테마로 책을 소개를 하는 부분이 나온다.

수많은 만화책이 있는 책장 속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과거에 어릴적 소소한 행복을 나누었던 것이 생각났었다며 유희열씨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과거 방송에서 소소한 행복 이야기를 나누었던 과거 방송 장면이 편집되어 나간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 나에게 있는 어린시절 행복했던 기억? 모습은 뭘까? "

이 때 딱 떠오르는 한 이미지가 있었다. 바로 이 사진이다. 지금 LG, 과거 GoldStar TV 다.




  비가 무섭게 몰아치는 밤이었다. 

천둥과 번개 탓인지, 너무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정전이 되었고,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나는 아빠와 엄마 곁에서 잠을 잤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아마 새벽이었겠지...눈 앞에 작은 불 같은게 보이고, 아빠가 배게와 이불로 불 끄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다행히 이내 불을 끄고, 방에 불을 켰다.


환해졌다. 


눈앞에는 녹아내린 TV와 새카맣게 그을 진 아빠와 엄마가 그리고 내가 보인다.

막 웃었다. 얼굴에 묻은 그을음이 너무 우스웠다. 코미디언이 웃길려고 그린 수염 같았다.


  아빠가 정전이 되자 촛불을 켜서 TV에 올려다 놓고 깜빡 잠이 들어 집에 불이 날 뻔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다는 생각이들기도 한다. 조금만 늦었으면 온 가족이 운명을 달리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서로의 얼굴을 보고 안심해하며, 웃던 그 순간이 왜 순간 떠올랐을까?

그게 나의 어린시절에는 큰 행복이었나보다, 아빠, 엄마와 내가 함께 웃던 순간... 이 별것도 아닌 이 순간이 말이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아빠, 엄마가 떠올랐다.

동이트면 부모님께 전화나 한번 드려봐야겠다.